강세황-영통동구도

작품/작가
- 작품 제목: <영통동구도(靈通洞口圖)>
강세황의 『송도기행첩』에 포함된 일곱번째 그림으로 개성 인근 영통동의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조선 후기 화단에서 서양화법(음영법)의 수용과 실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제발 역시 꾸밈없는 사실적인 문체로 작성되었습니다. - 화가: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조선 후기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능하여 삼절(三絶)이라 불렸으며, 당시 화단의 총수 역할을 했던 문인 화가입니다. 자는 광지(光之), 호는 **표암(豹菴)**입니다. 김홍도의 스승이기도 하며, 서양화 기법을 조선 화풍에 접목하는 등 혁신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 시대: 조선 영조 33년(1757)
- 소장처: 삼성미술관 리움
제발(題跋)
원문
靈通洞口亂石, 壯偉大如屋子, 蒼蘚覆之. 乍見駭眼. 俗傳龍起於湫底, 未必信然, 然其觀之壯偉, 亦所稀有.
용어 해설
- 靈通洞(영통동): 개성(송도) 오관산에 있는 계곡. 영통사가 있는 곳으로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 壯偉(장위): 씩씩하고 위엄이 있음. 여기서는 바위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거대함을 뜻한다.
- 屋子(옥자): 집, 가옥. 바위의 크기를 집 한 채에 비유한 구체적인 묘사다.
- 蒼蘚(창선): 푸른 이끼. 오랜 세월을 견딘 바위의 질감을 나타낸다.
- 乍見(사견): 잠깐 보다, 혹은 갑자기 보다.
- 駭眼(해안): 눈을 놀라게 하다. 즉,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랍다는 뜻이다.
- 湫底(추저): 못(연못)의 바닥.
- 未必信然(미필신연): 반드시 그러하다고 믿기는 어렵다. 합리적인 문인 사대부의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 稀有(희유): 드물고 귀함.
한국어 번역
영통동 입구의 흩어진 바위들이 웅장하고 거대하여 집 한 채만 한데, 푸른 이끼가 그 위를 덮고 있다. 갑자기 보면 눈이 놀랄 정도이다. 세속에서 전하기를 용이 못 바닥에서 일어났다고 하나 반드시 그러하다고 믿을 수는 없지만, 그 광경의 장대함은 또한 드물게 보는 바이다.
제발 해설
- 이 제발은 강세황이 개성을 유람하며 남긴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에 수록된 글입니다.
- 사실주의적 태도: "용이 일어났다"는 전설에 대해 "반드시 믿을 수는 없다"고 언급하며, 전설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바위의 물리적 존재감(壯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합리주의를 중시하던 실학기 문인들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 화법과의 일치: 그림 속 바위들은 입체감을 강조하기 위해 테두리를 그리고 안쪽에 음영을 넣었습니다. 제발에서 바위를 "집 한 채만 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림의 대담한 크기 묘사를 문자로 뒷받침한 것입니다.
- 현장감: "사견해안(乍見駭眼)"이라는 표현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거대한 바위를 마주했을 때의 생생한 충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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