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추성부도: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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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서: right|400px == 작품/작가 == * 작품 제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7558 <금강전도(金剛全圖)>] * 화가: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0379 정선(鄭敾, 1676~1759)]<br/>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圖)'''를 개척한 거장입니다. 중국의 관념적 산수화풍에서 벗어나 우리 산천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그리는 화풍을 확립했습니다. 자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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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작가 ==
== 작품/작가 ==
* 작품 제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7558 <금강전도(金剛全圖)>]
* 작품 제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7082 <추성부도(秋聲賦圖)>]<br/>김홍도가 「추성부(秋聲賦)」를 소재로 하여 그린 산수화. 조선 시대 '시의도(詩意圖, 시의 마음을 그린 그림)'의 최고 절정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느꼈던 가을의 쓸쓸함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화면 가득 텍스트와 그림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추성부도>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해에 그린 작품으로,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거장의 고독한 내면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 화가: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0379 정선(鄭敾, 1676~1759)]<br/>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圖)'''를 개척한 거장입니다. 중국의 관념적 산수화풍에서 벗어나 우리 산천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그리는 화풍을 확립했습니다. 자는 원백(元伯), 호는 '''겸재(謙齋)'''입니다.
* 화가: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1079 김홍도(金弘道, 1745~1806?)]<br/>조선 후기 가장 다재다능했던 화가로, 호는 '''단원(檀園)'''입니다. 풍속화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산수, 신선, 화조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神技)에 가까운 필력을 보였습니다.  
* 시대: 조선 영조 10년(1734)
* 시대: 조선 순조 5년(1805)
* 소장처: [https://www.leeumhoam.org/leeum 삼성미술관 리움]
* 소장처: [https://www.museum.go.kr/MUSEUM/main/index.do 국립중앙박물관]


== 제발(題跋) ==
== 제발(題跋) ==


=== 원문 ===
===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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歐陽子方夜讀書,聞有聲自西南來者,悚然而聽之,曰:「異哉!」初淅瀝以蕭颯,忽奔騰而砰湃;如波濤夜驚,風雨驟至。其觸於物也,鏦鏦錚錚,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銜枚疾走,不聞號令,但聞人馬之行聲。
 
余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童子曰:「星月皎潔,明河在天,四無人聲,聲在樹間。」
 
余曰:「噫嘻,悲哉!此秋聲也,胡為而來哉?蓋夫秋之為狀也:其色慘澹,煙霏雲斂;其容清明,天高日晶;其氣慄冽,砭人肌骨;其意蕭條,山川寂寥。故其為聲也,淒淒切切,呼號憤發。豐草綠縟而爭茂,佳木蔥籠而可悅;草拂之而色變,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乃其一氣之餘烈。
 
夫秋,刑官也,於時為陰:又兵象也,於行為金,是謂天地之義氣,常以肅殺而為心。天之於物,春生秋實。故其在樂也,商聲主西方之音,夷則為七月之律。商,傷也;物既老而悲傷。夷,戮也;物過盛而當殺。
 
嗟乎!草木無情,有時飄零。人為動物,惟物之靈。百憂感其心,萬事勞其形。有動於中,必搖其精。而況思其力之所不及,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為槁木,黟然黑者為星星。奈何以非金石之質,欲與草木而爭榮?念誰為之戕賊,亦何恨乎秋聲!」
 
童子莫對,垂頭而睡。但聞四壁蟲聲唧唧,如助余之歎息。
 
乙丑年冬至後三日,丹邱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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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해설 ===
=== 용어 해설 ===
* 歐陽子(구양자): 작가인 구양수 자신을 높여 부르는 말.
* 悚然(송연):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여 몸이 움츠러드는 모양.
* 淅瀝(석력) / 蕭颯(소삽): 가랑비 소리,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을의 스산한 기운을 나타내는 의성어적 표현.
* 奔騰(분등) / 砰湃(팽배): 물결이 솟구치고 부딪히는 모양. 소리가 갑자기 커짐을 비유.
* 鏦鏦錚錚(총총쟁쟁):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맑고 날카로운 소리.
* 銜枚(함매): 군사들이 기습할 때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에 나무 막대(재갈)를 물던 일.
* 明河(명하): 은하수.
* 慘澹(참담): 빛이 어둡고 침침함. 여기서는 가을의 쓸쓸한 색감을 묘사.
* 慄冽(율렬): 몹시 추움. 살을 에듯 차가운 기운.
* 砭(폄): 돌침으로 찌르다. '砭人肌骨'은 찬 기운이 살과 뼈를 찌르듯 파고듦을 뜻함.
* 刑官(형관): 가을은 오행설에서 죽임(肅殺)을 담당하므로 형벌을 주관하는 관리에 비유함.
* 兵象(병상): 전쟁의 형상. 가을의 기운이 날카롭고 엄숙함을 비유.
* 商聲(상성): 오음(궁상각치우) 중 하나로 서쪽과 가을을 상징하며, 슬프고 처절한 소리임.
* 肅殺(숙살): 가을의 차가운 기운이 만물을 시들게 함.
* 夷則(이칙): 십이율(十二律) 중 하나로 음력 7월에 해당함.
* 渥然(옥연): 윤기가 흐르고 붉은 모양. 젊고 건강한 얼굴빛.
* 黟然(이연): 검은 모양. 젊은이의 검은 머리카락.
* 星星(성성):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모양.
* 戕賊(장적): 해치고 깎아내림.
* 丹邱(단구): 김홍도의 호
=== 한국어 번역 ===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송연히 귀 기울여 들으며 말하였다. "기이하도다!"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쓸쓸한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물결이 솟구치고 파도가 몰아치는 듯 요란해졌다. 마치 한밤중에 파도가 소용돌이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했다. 그것이 물체에 부딪히면 쨍그랑쨍그랑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았고,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사들이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느라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가는 소리만 들리는 듯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서 보고 오너라." 동자가 대답했다.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은하수는 하늘에 떠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들립니다."
내가 말하였다. "아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 어찌하여 왔는가? 대저 가을의 형상이라는 것은, 그 색은 참담하여 안개가 날리고 구름이 걷히는 듯하며, 그 모습은 맑고 밝아 하늘은 높고 햇살은 투명하며, 그 기운은 차갑고 매서워 사람의 살과 뼈를 찌르는 듯하고,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하구나. 그러므로 그 소리가 됨에 처량하고 간절하며 부르짖고 떨쳐 일어나는 듯하다. 무성한 풀들은 초록으로 우거져 다투어 자라나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여 보기 좋았으나, 풀은 가을바람이 스치면 색이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 그것이 꺾이고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 바로 가을 기운의 매서운 남은 기세 때문이다."


"무릇 가을은 형관(형벌을 맡은 관리)이며 때로는 음(陰)에 해당한다. 또 전쟁의 형상이요 오행으로는 금(金)이니, 이를 일컬어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며 항상 숙살(죽이고 억누름)을 마음으로 삼는다. 하늘이 만물을 대함에 봄에는 낳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에 있어서도 상성(商聲)은 서쪽의 소리를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7월의 음률이 된다. '상(商)'은 '상(傷, 상처 입다)'이니 만물이 이미 늙어 슬프고 상해함이요, '이(夷)'는 '륙(戮, 죽이다)'이니 만물이 성함을 지나 마땅히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 한국어 번역 ===
"슬프다!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면 떨어져 흩어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오직 만물의 영장이다. 온갖 근심이 그 마음을 흔들고 만사가 그 형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지혜로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니, 마땅히 그 붉고 윤택하던 얼굴은 마른 나무처럼 변하고 검던 머리는 희끗희끗해지는 것이다. 어찌하여 금석(金石)의 바탕도 아니면서 초목과 더불어 무성함을 다투려 하는가? 누가 자신을 해치는지 생각해보면 될 것을, 어찌 가을 소리를 원망하리오!"
 
동자는 대답이 없고 머리를 떨구며 잠이 들었다. 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 찌르르 들려오니, 마치 나의 탄식을 돕는 듯하구나.


을축년(1805년) 동지 후 사흘째 되는 날, 단구(김홍도의 호)가 그리다.


=== 제발 해설 ===
=== 제발 해설 ===
 
* 시의도(詩意圖)의 정점: 이 제발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림의 주제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구양수의 문장이 가진 청각적 묘사(의성어의 향연)를 김홍도는 거칠고 메마른 '''갈필(渴筆)''로 시각화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벌레 소리가 실제 들리는 듯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 인생의 황혼과 수용: 김홍도가 이 그림을 그린 1805년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약 1년 전입니다. 제발의 내용 중 "사람은 금석의 바탕도 아닌데 어찌 초목과 무성함을 다투며, 누가 자신을 해치는지 알면 가을 소리를 원망할 것이 없다"는 구절은 노화와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달관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 그림과 글의 일체: 화폭의 거의 절반 가까운 공간을 차지하는 유려한 행서체 제발은 그 자체로 그림의 일부이자, 독자로 하여금 문장을 읽으며 그림 속의 적막한 가을 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 데이터 관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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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8일 (목) 10:59 기준 최신판

작품/작가[편집]

  • 작품 제목: <추성부도(秋聲賦圖)>
    김홍도가 「추성부(秋聲賦)」를 소재로 하여 그린 산수화. 조선 시대 '시의도(詩意圖, 시의 마음을 그린 그림)'의 최고 절정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느꼈던 가을의 쓸쓸함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화면 가득 텍스트와 그림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추성부도>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해에 그린 작품으로,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거장의 고독한 내면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 화가: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조선 후기 가장 다재다능했던 화가로, 호는 단원(檀園)입니다. 풍속화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산수, 신선, 화조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神技)에 가까운 필력을 보였습니다.
  • 시대: 조선 순조 5년(1805)
  •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제발(題跋)[편집]

원문[편집]

歐陽子方夜讀書,聞有聲自西南來者,悚然而聽之,曰:「異哉!」初淅瀝以蕭颯,忽奔騰而砰湃;如波濤夜驚,風雨驟至。其觸於物也,鏦鏦錚錚,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銜枚疾走,不聞號令,但聞人馬之行聲。

余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童子曰:「星月皎潔,明河在天,四無人聲,聲在樹間。」

余曰:「噫嘻,悲哉!此秋聲也,胡為而來哉?蓋夫秋之為狀也:其色慘澹,煙霏雲斂;其容清明,天高日晶;其氣慄冽,砭人肌骨;其意蕭條,山川寂寥。故其為聲也,淒淒切切,呼號憤發。豐草綠縟而爭茂,佳木蔥籠而可悅;草拂之而色變,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乃其一氣之餘烈。

夫秋,刑官也,於時為陰:又兵象也,於行為金,是謂天地之義氣,常以肅殺而為心。天之於物,春生秋實。故其在樂也,商聲主西方之音,夷則為七月之律。商,傷也;物既老而悲傷。夷,戮也;物過盛而當殺。

嗟乎!草木無情,有時飄零。人為動物,惟物之靈。百憂感其心,萬事勞其形。有動於中,必搖其精。而況思其力之所不及,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為槁木,黟然黑者為星星。奈何以非金石之質,欲與草木而爭榮?念誰為之戕賊,亦何恨乎秋聲!」

童子莫對,垂頭而睡。但聞四壁蟲聲唧唧,如助余之歎息。

乙丑年冬至後三日,丹邱寫。

용어 해설[편집]

  • 歐陽子(구양자): 작가인 구양수 자신을 높여 부르는 말.
  • 悚然(송연):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여 몸이 움츠러드는 모양.
  • 淅瀝(석력) / 蕭颯(소삽): 가랑비 소리,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을의 스산한 기운을 나타내는 의성어적 표현.
  • 奔騰(분등) / 砰湃(팽배): 물결이 솟구치고 부딪히는 모양. 소리가 갑자기 커짐을 비유.
  • 鏦鏦錚錚(총총쟁쟁):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맑고 날카로운 소리.
  • 銜枚(함매): 군사들이 기습할 때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에 나무 막대(재갈)를 물던 일.
  • 明河(명하): 은하수.
  • 慘澹(참담): 빛이 어둡고 침침함. 여기서는 가을의 쓸쓸한 색감을 묘사.
  • 慄冽(율렬): 몹시 추움. 살을 에듯 차가운 기운.
  • 砭(폄): 돌침으로 찌르다. '砭人肌骨'은 찬 기운이 살과 뼈를 찌르듯 파고듦을 뜻함.
  • 刑官(형관): 가을은 오행설에서 죽임(肅殺)을 담당하므로 형벌을 주관하는 관리에 비유함.
  • 兵象(병상): 전쟁의 형상. 가을의 기운이 날카롭고 엄숙함을 비유.
  • 商聲(상성): 오음(궁상각치우) 중 하나로 서쪽과 가을을 상징하며, 슬프고 처절한 소리임.
  • 肅殺(숙살): 가을의 차가운 기운이 만물을 시들게 함.
  • 夷則(이칙): 십이율(十二律) 중 하나로 음력 7월에 해당함.
  • 渥然(옥연): 윤기가 흐르고 붉은 모양. 젊고 건강한 얼굴빛.
  • 黟然(이연): 검은 모양. 젊은이의 검은 머리카락.
  • 星星(성성):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모양.
  • 戕賊(장적): 해치고 깎아내림.
  • 丹邱(단구): 김홍도의 호

한국어 번역[편집]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송연히 귀 기울여 들으며 말하였다. "기이하도다!"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쓸쓸한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물결이 솟구치고 파도가 몰아치는 듯 요란해졌다. 마치 한밤중에 파도가 소용돌이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했다. 그것이 물체에 부딪히면 쨍그랑쨍그랑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았고,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사들이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느라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가는 소리만 들리는 듯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서 보고 오너라." 동자가 대답했다.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은하수는 하늘에 떠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들립니다."

내가 말하였다. "아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 어찌하여 왔는가? 대저 가을의 형상이라는 것은, 그 색은 참담하여 안개가 날리고 구름이 걷히는 듯하며, 그 모습은 맑고 밝아 하늘은 높고 햇살은 투명하며, 그 기운은 차갑고 매서워 사람의 살과 뼈를 찌르는 듯하고,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하구나. 그러므로 그 소리가 됨에 처량하고 간절하며 부르짖고 떨쳐 일어나는 듯하다. 무성한 풀들은 초록으로 우거져 다투어 자라나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여 보기 좋았으나, 풀은 가을바람이 스치면 색이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 그것이 꺾이고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 바로 가을 기운의 매서운 남은 기세 때문이다."

"무릇 가을은 형관(형벌을 맡은 관리)이며 때로는 음(陰)에 해당한다. 또 전쟁의 형상이요 오행으로는 금(金)이니, 이를 일컬어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며 항상 숙살(죽이고 억누름)을 마음으로 삼는다. 하늘이 만물을 대함에 봄에는 낳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에 있어서도 상성(商聲)은 서쪽의 소리를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7월의 음률이 된다. '상(商)'은 '상(傷, 상처 입다)'이니 만물이 이미 늙어 슬프고 상해함이요, '이(夷)'는 '륙(戮, 죽이다)'이니 만물이 성함을 지나 마땅히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슬프다!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면 떨어져 흩어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오직 만물의 영장이다. 온갖 근심이 그 마음을 흔들고 만사가 그 형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지혜로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니, 마땅히 그 붉고 윤택하던 얼굴은 마른 나무처럼 변하고 검던 머리는 희끗희끗해지는 것이다. 어찌하여 금석(金石)의 바탕도 아니면서 초목과 더불어 무성함을 다투려 하는가? 누가 자신을 해치는지 생각해보면 될 것을, 어찌 가을 소리를 원망하리오!"

동자는 대답이 없고 머리를 떨구며 잠이 들었다. 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 찌르르 들려오니, 마치 나의 탄식을 돕는 듯하구나.

을축년(1805년) 동지 후 사흘째 되는 날, 단구(김홍도의 호)가 그리다.

제발 해설[편집]

  • 시의도(詩意圖)의 정점: 이 제발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림의 주제를 명확히 규정합니다. 구양수의 문장이 가진 청각적 묘사(의성어의 향연)를 김홍도는 거칠고 메마른 '갈필(渴筆)로 시각화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벌레 소리가 실제 들리는 듯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 인생의 황혼과 수용: 김홍도가 이 그림을 그린 1805년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약 1년 전입니다. 제발의 내용 중 "사람은 금석의 바탕도 아닌데 어찌 초목과 무성함을 다투며, 누가 자신을 해치는지 알면 가을 소리를 원망할 것이 없다"는 구절은 노화와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달관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 그림과 글의 일체: 화폭의 거의 절반 가까운 공간을 차지하는 유려한 행서체 제발은 그 자체로 그림의 일부이자, 독자로 하여금 문장을 읽으며 그림 속의 적막한 가을 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데이터 관계망[편집]